본문 바로가기
애니메이션

도로로 – 무슨 애니인가?, 요괴 애니와의 차이점, 애니가 주는 씁쓸함

by jesperpearl79 2025. 3. 6.
반응형

도로로
도로로

1. 도로로, 무슨 애니인가?

도로로는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은 1960년대에 연재되었으며 이후 여러 차례 애니메이션화되었지만, 특히 2019년 리메이크 버전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요괴 퇴치물이 아니라 전쟁, 인간의 탐욕, 그리고 잔혹한 운명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햐키마루라는 소년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의 대부분을 잃은 채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다이고 가게미츠가 자신의 영토를 번영시키기 위해 48마리의 요괴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아이를 제물로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햐키마루는 눈, 귀, 피부, 팔다리 등 대부분을 빼앗긴 채 태어났고, 결국 버려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 의사에게 구조되어 인공 팔다리를 얻고 성장하게 됩니다. 햐키마루는 자신의 신체를 되찾기 위해 요괴들을 사냥하며 여행을 떠납니다. 요괴를 하나씩 쓰러뜨릴 때마다 빼앗겼던 신체 일부를 되찾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인간인지 아니면 괴물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여정에는 도로로라는 이름의 작은 도둑 소년이 동행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판타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쟁과 탐욕이 만들어낸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요괴는 단순한 ‘악’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저주와도 같습니다. 햐키마루는 요괴를 죽여가며 인간성을 되찾지만 역설적으로 인간들과도 대립하게 되죠. 결국 도로로는 요괴 퇴치라는 외형을 띠고 있지만, 보다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도로로의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지고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 요괴 애니와의 차이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요괴는 오랜 시간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요괴 애니로는 게게게의 키타로, 누라리횬의 손자, 모노노케 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요괴와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다룹니다. 하지만 도로로는 기존의 요괴 애니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가집니다. 첫 번째 차이점은 요괴의 역할과 의미입니다. 보통 요괴 애니에서는 요괴가 단순한 악당으로 그려지거나 혹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도로로에서는 요괴가 단순한 ‘괴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요괴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존재이며 그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요괴를 죽이면 햐키마루는 신체를 되찾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합니다. 결국 요괴는 단순한 적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그림자 같은 존재로 묘사됩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인간의 모습이 더 잔혹하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보통의 요괴 애니에서는 인간이 선하고 요괴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로로에서는 오히려 요괴보다 인간이 더 잔인하고 비정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햐키마루를 버린 아버지, 힘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권력자들, 그리고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는 인간들까지 도로로에서 인간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세 번째 차이점은 이야기의 결말과 감정선입니다. 대부분의 요괴 애니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거나, 요괴와 인간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도로로는 한없이 무겁고 씁쓸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햐키마루는 요괴를 쓰러뜨릴수록 인간으로 돌아오지만 동시에 자신이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단순한 ‘선 vs 악’ 구도가 아니라 인간성과 비인간성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도로로는 기존의 요괴 애니들이 다루지 못한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윤리적 고민을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며 단순한 요괴 사냥물이 아니라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애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애니가 주는 씁쓸함

도로로를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무거워집니다. 이 애니는 단순한 해피엔딩을 제공하지 않으며 이야기 전반에 걸쳐 비극과 상실, 그리고 인간의 잔혹함을 강하게 부각합니다. 시청자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햐키마루는 몸을 되찾기 위해 요괴를 사냥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이 따릅니다. 어떤 마을에서는 그가 요괴를 죽였기 때문에 요괴가 억지로나마 유지해 주던 균형이 무너지고 오히려 더 큰 재앙이 닥치기도 합니다. 즉 햐키마루가 신체를 되찾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또한 햐키마루가 되찾으려는 ‘인간성’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끊임없이 던져집니다. 그는 요괴를 죽여 신체를 되찾지만, 동시에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감정을 잃어갑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의 여정은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씁쓸한 점은 도로로의 세계에서는 선한 사람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착한 사람들은 이용당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반면 탐욕스러운 사람들은 끝까지 권력을 쥐고 살아남기도 합니다. 이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더욱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결국 도로로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닙니다. 햐키마루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애니가 끝난 후에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이유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도 닮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반응형